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사업이 잘 되고, 통장 잔고가 늘고, 주변에서 인정받는 순간이 오면 그때부터 진짜 삶이 시작될 거라고요. 그런데 막상 사업이 무너지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을 보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 글은 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1,성공 집착이 현재를 망가뜨리는 방식
저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목표 지향적 사고(Goal-Oriented Thinking)에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목표 지향적 사고란 미래의 결과물을 삶의 중심에 놓고 현재의 모든 행동을 그것을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사고방식입니다. 당시 저는 가족과 저녁을 먹으면서도 머릿속엔 내일 미팅 시나리오가 돌아가고 있었고, 친구들 연락은 "지금은 바쁠 때"라며 뒤로 미루기 일쑤였습니다.
문제는 이 사고방식이 쉽게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쾌락의 쳇바퀴란 어떤 목표를 달성해도 만족감이 금방 사라지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리게 되는 심리적 패턴을 뜻합니다. 실제로 사업 초기에 작은 성과를 낼 때마다 기쁨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고, 다음 날이면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행복을 느낄 틈 자체가 없었던 거죠.
결국 사업은 실패했습니다. 처음엔 정말 인생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경제적인 타격도 컸지만, 더 힘들었던 건 "나는 뭘 위해 이 시간을 다 써버렸나"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동안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세어보니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성공을 쫓느라 현재를 통째로 잃어버린 셈이었습니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는 80년 이상의 추적 연구를 통해 행복과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부나 명예가 아닌 인간관계의 질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사업에만 집중하던 시절 가장 소홀히 했던 것이 바로 그 관계들이었다는 게 뼈아프게 와닿았습니다. (출처: 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
2,감사 습관이 실제로 작동하는 이유
사업이 정리된 후 한동안은 하루하루가 무겁고 공허했습니다. 그때 억지로라도 시작해본 것이 감사 일기였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뭘 감사해?"라는 반발심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래도 무언가를 잡아야 할 것 같아서 매일 밤 딱 세 가지만 적기로 했습니다.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분야에서는 감사 실천이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주관적 안녕감이란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만족도와 정서적 상태를 통합한 개념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마틴 셀리그만 교수 연구팀은 매일 감사한 일 세 가지를 기록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6개월 후 행복 지수가 눈에 띄게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Penn Positive Psychology Center)
제가 직접 해보니 효과는 생각보다 천천히 왔습니다.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 크게 달라진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났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밥이 맛있었지.' '동생이 안부 연락을 해줬지.' 그 작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감각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한 겁니다.
감사 습관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시도해보고 실제로 효과를 느낀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잠들기 전 5분, 오늘 중 가장 작은 좋은 일 하나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적는다. "좋은 일이 있었다"가 아니라 "출근길에 바람이 선선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수준으로 구체화한다.
- 일이 잘 안 풀렸던 날일수록 오히려 억지로라도 한 가지를 찾는다. 힘든 날에 이 습관을 포기하면 좋은 날에만 하는 기념 행사로 전락한다.
- 주 1회 지난 일주일 치 감사 일기를 다시 읽는다. 당시엔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순간들이 모이면 생각보다 괜찮은 한 주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현실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감사 일기를 쓴다고 빚이 사라지거나 관계가 회복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같은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하루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건 제 경험상 분명한 사실입니다.
3,비교를 중단하고 어제의 나를 기준으로 삼는 법
사업 실패 후 소셜미디어(SNS)를 보는 일이 정말 괴로웠습니다. 비슷한 나이에 창업해서 성공한 지인, 해외여행 사진, 좋은 차. 논리적으로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더군요. 자기비교(Social Comparison)라는 심리 기제가 작동하는 겁니다. 자기비교란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을 다른 사람과 견주어 자신을 평가하는 심리적 과정을 말합니다.
문제는 SNS 환경에서 이 비교가 극단적으로 왜곡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가장 좋은 순간만 올리고, 저는 제 가장 힘든 순간에 그것을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비교 대상이 남의 하이라이트와 내 일상이 되는 셈이니, 항상 제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SNS 앱을 전부 삭제했습니다. 처음 이틀은 손이 자꾸 허전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오히려 하루가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신 저만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어제보다 물 한 잔 더 마셨는가. 어제보다 10분 더 걸었는가. 어제보다 짜증을 한 번 덜 냈는가. 이 기준으로 보면 못한 날도 있지만, 잘한 날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는 외부 기준이 아닌 자율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이 심리적 안녕감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자기결정이론이란 사람이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를 충족할 때 가장 건강하게 동기를 유지한다는 심리학 이론입니다. 남의 성공 속도와 나를 비교하는 순간 자율성이 무너지고, 결국 동기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비교를 완전히 차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주변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합니다. 저도 지금은 SNS를 다시 씁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은 누군가의 성공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지 못하지"가 아니라 "저 사람은 뭘 잘했길래 저렇게 됐을까"로 질문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비교의 방향이 자책에서 학습으로 전환된 셈입니다.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는 습관은 생각보다 뿌리가 깊습니다. 저도 지금도 완전히 고쳐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달라진 게 있다면, 오늘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날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실감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만약 지금 성공만 바라보며 현재를 소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오늘 밤 딱 한 줄만 적어보시길 권합니다. 오늘 감사한 것 한 가지, 어제보다 잘한 것 한 가지. 그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합니다.